[연재] 6. 강제추행 사건, 합의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지난 5편까지는 강제추행 사건의 전반적인 절차, 대응 방법, 전과가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봤는데요.
이번 6편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합의를 해야 할까,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라는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합의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처벌을 좌우하는 결정적 열쇠는 아니지만, 사건이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으로 가볍게 마무리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반면 합의가 되지 않으면, 초범이더라도 예측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죠.

이번 글에서는 합의의 법적 의미와 효과, 그리고 합의를 통해 실제로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된 사례까지 알아보면서,
강제추행 사건을 앞둔 분들이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재 목록

1부. 강제추행 혐의, 나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① 강제추행의 법적 정의와 처벌 기준

        ② 경찰 조사부터 검찰 송치까지의 핵심 사항

        ③ 피고인이 사건 초기에 해야 할 일과 주의점

 

2부. 강제추행 혐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④ 무죄를 주장하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

        ⑤ 경찰 조사 및 재판에서의 대응 전략

        ⑥ 합의를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3부. 강제추행 전과,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⑦ 강제추행으로 전과가 생기면 달라지는 점

        ⑧신상정보 공개 및 등록 가능성

        ⑨ 전과를 줄이거나 삭제할 방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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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합의,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합의가 필수는 아니지만, 형을 줄이는 중요한 열쇠”

 

과거 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기소조차 안 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2013년 성폭력범죄 법 개정 이후, 강제추행은 더 이상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게 되면서 합의만으로는 사건을 없앨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합의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양형(형량 결정) 요소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면,

• 경찰·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결되거나
• 재판에서 벌금형·집행유예 등으로 형량이 낮아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합의를 망설이는 대표적 이유

• “합의금이 과도해 부담이 된다.”
• “감정이 격해 합의를 해줄 분위기가 아니고,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한다.”
• “어차피 유죄로 처벌된다면 굳이 합의할 필요가 있나?”

그러나 실제 판례를 보면, 합의 유무에 따라 처분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최근엔 강제추행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 합의 없이 재판까지 가면 예상보다 무거운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2) 합의의 법적 의미와 효과

1) 합의가 사건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는다

 

강제추행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 합의만으로 공소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함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검찰이나 법원이 그 사정을 크게 참작해 아래와 같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수사 단계에선 기소유예(불기소)
• 재판 단계에선 형량 감경(집행유예·벌금형 등)

 

2) 단계별 합의 효과

 

 

경찰 단계

• 수사 초기부터 합의가 이뤄지면, 경찰은 합의 사실을 수사보고서에 기재합니다.
• 이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갈 때,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됐다”는 점은 기소 여부를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 실제로 경찰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기소유예로 사건이 종결되어 재판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 단계

• 경찰에서 송치된 뒤 기소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합의할 수 있습니다.
• 이 시기에 합의하면, 검사가 약식기소(벌금형)나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기소유예는 범죄 사실은 인정되지만, 처벌을 하지 않고 불기소로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이므로 사실상 처벌을 면한 효과가 있습니다.

재판 단계

• 이미 기소가 되었더라도 재판 진행 중 합의가 가능하며, 이는 양형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됩니다.
• 다만 기소 이후에는 사건 자체가 취소되기는 어렵고, 형량을 낮추는 효과로 작용합니다.
• 그래도 1심 선고 전, 심지어 항소심이라도 합의가 이루어지면 기존보다 더 선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3) 합의된 사례 vs 비합의된 사례

1) 합의로 사건이 원만히 마무리된 예

 

2024년 6월, 수원지검 사건 사례

•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성에게 신체접촉을 하여 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N씨.
• 경찰 단계에서 피해자와 신속히 합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받아냈습니다.
• 초범이라는 점과 진지한 반성문을 제출한 점을 검찰이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 결과적으로 사건이 재판 없이 종결되며, 전과도 남지 않았습니다.

 

2) 합의 없이 실형까지 선고된 예

 

2024년 3월,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사례

• 지하철에서 낯선 여성에게 신체접촉을 하여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A씨.
•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CCTV 등 객관적 증거로 범행이 인정됨.
• 재판부는 피해자의 용서가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4) 합의가 어렵다면 대안책은?

형사공탁

•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합의를 거부할 경우, 법원에 공탁을 걸어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 실제 합의만큼 강력한 감경 효과는 없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인정돼 실형 대신 집행유예 등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반성문 및 탄원서

•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피고인이 반성문을 반복적으로 제출하고, 가족·지인들의 탄원서로 선처를 호소하면 양형에 도움이 됩니다.

변론 전략·증거 확보

• 혐의를 부인할 사안이라면, CCTV·목격자 진술 등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무죄나 혐의 감경을 주장해야 합니다.
• 다만 사건 정황상 혐의가 명백하다면, 무리하게 부인하기보다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형량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결론

1. 합의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형량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비록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더라도, 합의에 성공하면 경찰·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로 끝나거나 재판에서도 형량 감경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2. 가능한 한 빨리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경찰 수사 단계에서 합의하면 기소조차 안 될 수 있으며, 재판 중 합의하더라도 양형에 큰 영향을 줍니다.
3. 합의가 어렵다면, 형사공탁, 반성문, 탄원서 등 다른 방식으로 피해 회복 노력을 나타내세요.
   • 최근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 피해자와의 합의 없이 끝까지 간다면 초범이라도 실형이 나올 위험이 적지 않습니다.
4. 전문 변호사와 상의하며 대응 방향을 정하세요.
   • 합의서 작성 시 법률적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합의 과정을 둘러싼 분쟁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수사나 재판 단계별 전략, 합의금 책정, 증거 확보 방안 등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국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합의가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법원과 검찰이 형량을 정하는 데 가장 크게 참작하는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가능하다면 조기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며, 만약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그 외 대안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실제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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